자세는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을까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을까요?
딸을 낳고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과연 아이들의 몸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설마 태어나자마자 유전자에 의해서 아이들의 몸이 결정되는 건 아닐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부모는 같은데 자세는 차이가 있다.
나에게는 두 딸이 있다. 예전에는 딸이 두 명 있으면 딸딸이 아빠라고 했는데 요즘은 딸기 아빠라고 한다. 이 글을 쓰는 당시 첫째의 나이는 8살이고 둘째의 나이는 7살이다. 연년생이고 엄마와 아빠, 즉 같은 부모에게서 나왔는데 이 둘은 외형적으로도 너무나 달랐고 성격 역시도 너무나 달랐다. 당시에도 나의 직업은 운동 처방 및 재활 쪽 일을 하고 있었기에 아이들의 몸을 더 유심히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만 해도 아이들의 몸에 대한 관심이 적은 시대였다.
평발이라고 해서 교정 깔창을 신지도 않았고 왜? 교정이 있었는지 모르는 부모님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가령 안다고 할 지라도 교정 깔창을 신을 만한 정도 심각한 부분이 아니면 그냥 방치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하지만 자세를 다루는 직업을 하다 보니 우리 아이들의 몸이 틀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욱더 이 아이들의 몸을 유심히 보았다.
우리 아이들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너무나 달랐다.
-첫째는 항상 허리를 펴고 곧은 자세로 앉아 있기를 좋아한다. 그런 자세를 하고 있다 보니 성격도 자세와 비슷하다. 항상 정석적인 것을 추구하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하지 않으려 한다. 자기의 감정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더욱 생각한다.
-둘째는 항상 등을 구부리고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가 불량하다. 조금 전에 똑바로 앉으라고 해도 금방 다시 돌아오곤 한다. 둘째는 자유분방하고 규칙을 싫어한다. 주변 사람들보다는 자신의 감정이 더욱 중요한 아이다. 이런 둘째의 자세는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 이제껏 나의 생각은 이랬다. 잘못된 자세가 되려면 오랜 기간 동안 반복해서 만든 결과물이라 생각했는데 우리 아이의 몸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나 역시 방심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으로 둘째의 자세를 유심히 본 것은 한국 나이로 3살 때였다. 한국 나이로 3살이면 이제 좀 걷고 앉고 할 때인데... 작은 아이가 앉아 있어 봐야 얼마나 앉아 있었겠는가? 첫째가 어릴 때 앉아 있는 만큼 앉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허리가 첫째 보다 더 굽은 것이었다. 18개월이나 늦게 태어난 둘째가 말이다.
-처음에는 좀 신기하게만 바라봤던 것 같다. 아이가 왜 저렇게 굽었지? 엄마 아빠는 허리가 곧은 편인데? 아마도 첫째가 이런 상황이었으면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이 일 이후 이제껏 내가 생각했던 자세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이때까지 생각했던 생각과는 너무나 달랐고 어떤 자세 때문에 발생한 거기라면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동작을 많이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앉아서만 생활하는 스타일도 아닌 둘째가... 그렇다면 자세는 타고나는 것일까? (그런데 엄마 아빠와도 달라서 너무나 헷갈렸다) 그 후로 많은 아이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와는 조금 달랐지만,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이제 걸음마를 하는 수준을 벗어났는데 그 조그마한 아이들의 몸속에 부모의 몸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어떤 아이는 왜 저렇게 걷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오시니 바로 이해가 됐다. 와~ 이건 뭘지? 신세계였다.
여기서 말하는 트레이닝이야 말로 환경적인 부분이다. 이 트레이닝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유전대로 살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세 역시 운명에 맡겨야 하는 것인가?다행히도 정말 그렇지는 않다... 유전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요인을 통제해 준다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심각한 부분은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조기 교육이 너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 폰의 생활화, 소파나 앉아있는 환경의 서양화, 그리고 어릴 때부터 학원이나 앉아서 배우는 여러 가지 체험하다 보니 갈수록 엉망인 경우가 많다. 한때는 서울 지역에 체육 과목이 사라진다는 얘기도 많았는데, 그 당시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랬다. 아이들은 에너지를 체육활동을 통해서 발산해 줘야 건강하다고 들었는데 그 넘치는 에너지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니 먼가 자극적이거나 흥미 있는 것을 계속 찾게 되는 것 같다...
-몸이 휘거나 비뚤어졌다는 것은 한쪽 근육은 수축이 되어있고 반대쪽 근육은 이완되어있다는 말이다. 쉽게 얘기해서 허리가 굽은 아이는 허리 근력(햄스트링)이 약하다는 이야기다. 허리 근육이 약한 아이들에게 허리를 펴고 있으라고 하는 것은 성인들에게 10킬로짜리 아령을 들고 버티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힘든 일이다. 아마 가정에 아이 들을 분 부모들은 이해할 것이다. 아이들의 자세가 기가 찬다. 허리 펴고 있으라고 하면 1분을 버티지 못하니 말이다. 그러나, 비단 부모님들도 심각한 경우가 많다. 특히 앉아 있을 때 몸이 구부러지고 굽은 어깨가 심한 아이들은 이 근육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중둔근이다. 중둔근은 우리가 보통 주사를 맞는 부분이다. 둘째에게 해 준 것이라고는 중둔근을 자극해 준 것뿐이다. 그랬더니 자세가 펴지고 앉는 자세도 좋아진 것이다. 얼마 전에도 목이 많이 사라진 듯하여 눌러 줬더니 하는 말이 '아빠 왜 엉덩이를 누르는데 목이 생겨요?'라고 물었다. 좌식 생활을 많이 하고 눕는 것처럼 앉아 있으면 우리들의 엉덩이 근육은 단축되게 된다. 이 단축된 근육은 유연성이 사라지면 앉을 때 엉덩이를 말아버리게 된다.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중둔근을 기점으로 위아래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허리는 들어가야 하는데 늘어나니 역 C자가 된다.
-허벅지 근육도 마찬가지다. 허벅지도 잘 늘어나 줘야 앉아 있기 편한데 굳어 있으니 허리가 더 굽혀지는 것이다.
임의로 허벅지 근육을 늘려주면 어떻게 될까? 양반다리 할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다리를 무릎을 편 상태로 앞쪽으로 뻗어주면 거의 고문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아이들은 더욱 몸이 휘게 되는 것이다. 자세는 유전이지만 새로운 환경이라는 트레이닝을 통해서 아이들의 몸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건강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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