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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핑과의 첫만남

내가 만난 사람들

by BC재원쌤 2022. 12.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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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핑과의 첫만남

척추가 깨졌으니 허리 수술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생각보다도 상태가 심각하고 수술도 위험성이 있는 수술이었다.
등과 배를 동시에 자르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리 수술을 왜 배를 잘라야 할까?
시간을 달라고 하고 가족들과 상의했는데, 배를 자르고 허리 수술을 하다가 의료사고가 그 당시 몇건이 났다는 걸 알게 되었다.
허리 수술을 하다가 죽는 것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수술 없이 허리가 좋아지게 할까를 고민했다.
인터넷 찾아보기도 하고 주변에서 좀 잘한다고 하는 곳은 다 찾아가 보았다.
조금은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악화되거나 아무런 반응이 없는 곳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테이핑이란 단어를 보게 되었다.
왠지 테이핑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연이라도 되는 것처럼 계속 끌렸다. 장소 역시 집 근처였다.
우리 동네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곳이라 조금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이런 곳에 테이핑하는 곳이 있다니.
다음날 전화를 하고 무작정 찾아갔다.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너무 허름했기 때문이다.
공터 위에 컨테이너가 하나 있었고 거기에서 사무실 겸 테이핑을 하는 것이었다.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다. 사이비가 아닐까? 실력은 좀 떨어지는 거 아냐?
괜히 상태가 더 나빠지면 어떡하나 등등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더 생각을 꼬우기로 했다.
‘그래 무림의 고수들은 사실 이렇게 허름한 곳에 터를 잡지... 분명 이분도 고수일 거야...’
문을 열고 들어갔다. 컨테이너 안에는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에게는 고통 그 자체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얼굴은 꺼멓고 인상은 그리 좋지 않으신 분이 앉아 계셨다.
그때도 늦지 않았기에 그냥 집으로 갈 수 있었지만, 자꾸만 고수일 거란 생각을 의식적으로 했다.
“선생님! 아까 전화드렸는데요. 저도 테이핑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어디가 아파요?”
“허리가...”
허리를 보여달라고 해서 옷을 올렸더니...
“병원 가보세요, 함부로 만질 허리가 아닙니다.”
“한 번만 해 주세요” 하지만 선생님은 그리 녹녹하지 않으셨다.
1시간 이상을 담배 연기 속에서 기다렸습니다.
그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왔다 가셨고 다들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
꼭 이분을 잡아야겠다는 다짐했습니다. 어쩌면 여기서 내가 좋아질 수 있을 거라는...
한 가닥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2시간쯤 지나니 선생님이 졌다는 듯이 허리에 테이핑을 하셨다.
뭔가 잘 모르겠다...
선생님은 돈도 받지 않으시고 나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나는 다음날도 갔다.
그리고 다음 날도 매일 매일 갔다.
가면서 병원에서 수술하라고 했지만,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드렸다.
왜냐하면 이것이 내 인생에서 내가 잡아야 할 마지막 지푸라기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꾸준히 다녔다.
테이핑을 나에게 붙여주지도 않았다. 그럼 테이핑을 가르쳐 달라고 했지만,
그것 역시 안 해주셨다.
선생님과 나중에 간절한 사람은 나였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고 자존심이 상하던 기분이 나쁘던 나는 배워야 했기 때문에 절실하게 매달렸고 결국 가르쳐 주기로 하셨다.
거기에 오시는 분 중 체육대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있었는데 어머니 입장에서 아들이 이것을 배워두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는지 아들을 설득해서 둘이서 선생님께 배우기로 했다.
나는 그때 알았다. 한 달 동안 그곳에 다니면서 눈으로 봤던 것들이 결코 헛된 일이 아니었다.
이미 테이핑과 너무나 친해진 상태였다.
30만원을 내고 한 달을 배우기로 했는데...
그 동생의 게으름으로 우리는 수업을 2번밖에 하지 못했다.
너무 돈이 아까웠지만, 함부로 물어볼 수도 없었다.
나는 어쨌든 선생님의 눈 밖에 나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잘못되어 선생님의 심기가 불편해지면 나는 거기서 아웃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재원아. 너 마사지 할 줄 알아?”
“네 학교 다닐 때 배웠어요.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 달부터 날 도와서 함께 마사지 하자”
헉, 일이 너무 커져 버렸다.
말을 다시 번복할 수 없었다.
‘이를 어쩌지? 다시 사실대로 얘기하면 왠지 혼날 것 같기도 하고 신용을 잃을 것 같은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은 벌어졌고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마사지를 배워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울산에서 마사지 교육하는 곳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찾은 곳이 부산 서면이었다. 활법맛사지 지도자 자격증반이 있었다.
‘스포츠맛사지여야 하는데... 그래도 마사지는 마사지니 한 번 해보지 뭐’
수강료를 듣는 순간 앞이 깜깜했다. 수강료는 200만원. 거기에다 차비까지 합하면.
비용도 비용이고 시간 역시 왕복 5시간을 잡아야 한다. 몸도 성하지 않은데...
그래도 선생님을 실망하게 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머님께 부탁을 드렸다.
결국 다음날부터 서면으로 저녁마다 왔다 갔다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테이핑샾에 가서 선생님이 하는 테이핑과 마사지하는 법을 눈으로 익혔고 5시 이후 집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서면에 가서 활 법 마사지를 배우고 돌아왔다. 집에 오면 12시가 다 되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니 자신감이 생겼고 거기에 오시는 손님들도 이제는 선생님보다 잘한다는 소리를 할 정도로 손놀림도 좋아졌다.
“재원이 이제 나보다 더 인기 많은데? 실력이 많이 좋아졌어^^”
선생님 역시 칭찬을 해주셨다.
그 시간 동안 증상별 마사지법, 테이핑법을 틈틈이 익히고 배웠다.
활법 마사지 수업에서 배우지 않은 것들을 선생님께 배우면서 실전에서 바로바로 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처럼 고수는 나의 손놀림 하나만 봐도 내가 마사지 못하는 걸 알고 계셨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시려고 나를 시험 아닌 시험을 한 것 같다.
내는 시험에 무사히 통과하고 선생님의 수제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 다시 그렇게 하라면 못할 것 같다.
나는 내 몸의 아픔으로 인해서 테이핑을 만나게 되었다.
여러 가지 그만둘 분위기였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려서 테이핑과의 인연의 끈을 이어갔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는데. 패배자는 인연이 있어도 인연으로 만들지 못하고
성공자는 인연이 아닌 것도 인연으로 만드는 것 같다.
 
인생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허름한 컨테이너와 담배 연기, 그리고 전문가답지 않은 선생님을 봤을 때 실망감도 컸지만, 나는 다른 면을 보기 위해 노력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아니 노력했다.
그로 인해서 지금은 꿈을 테이핑하는 남자가 되어있지 않은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인생은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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